일반 중국 선교 열 두 번째 이야기(말하는 벙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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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교회에서의 집회(2004년 9월 27일)
집회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몰려오는 피곤은 만만치 않다. 더구나 감기로 인해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더더욱 그렇다. 내 몸의 감기도 어쩌면 하나님께서 예비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이 통제된 나라에서 자유롭게 떠들고 헤집고 다니면 그것만으로도 복음에 장애가 되니, 주께서 내 성격을 아시고 미리 입 다물게 하지 않으셨을까...
어제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있다. 선교라는 것은 정말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인가보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하나님께서 하신 일 밖에 없다. 그분이 다 하셨다.
태국에서의 집회일정과 와 이곳의 집회 일정이 자꾸 비교가 되는데, 태국에서는 하루 전날 저녁에 다음날 있을 집회일정을 일러 줄 수 있었는데, 이곳 중국에서는 그런 거 없다. 우선 집회 일정이 명확히 잡혀 있지 않고(정확히 말하면, 일정을 정확히 잡을 수 있는 그런 예측 가능한 나라가 아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많지 않다. 어제는 드물게 3번의 집회를 했지만(3번의 집회는 태국에서는 흔했던 일), 이런 일은 이곳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이곳 분위기(자유롭지 못한 상황)를 어느 정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앞선 ‘중국 선교 이야기’에서도 말했듯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만 해도 이곳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일들이며, 혁명적인 일들이라고 한다. 음... 태국에서의 일들은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하겠다, 해냈다, 해낼 것이다,’ 라는 생각을 접는 것이 필요하다.
오전에 일정이 없었다. 목사님과 단원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서 성경공부에 몰입했다. 그리고 난 목사님의 허락으로, 이곳 선교사님의 아들과 면담에 들어갔다.
이곳에 온지 이틀 째 되던 날 아침으로 기억한다. 따거(선교사님)와 함께 점심을 먹을 때 였던가... 따거께서 당신의 식솔들을 소개해 주셨다. 그 중, 수줍어하고 말없지만, 눈에 총기 가득 어린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가르쳐 주시지 않고 그저 아들이라고 하시는데, 얼핏 보아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절묘한 합작품임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느낌은 아버지를 닮았고, 어리숙하면서도 큰 느낌을 전달하는 눈매는 어머니를 빼닮았다. 어느 나라나 교육열은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 쪽이 높은가 보다. 더구나 우리 민족의 그것은 극성맞기까지도 한데, 따제(사모님, 그 학생의 어머니, 따거의 아내)의 교육열은 극성맞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따거보다는 관심이 더 많다.
따제와 친해지고 난 후, 따제가 00이(학생의 이름, 따제의 아들)의 영어공부에 관해서 나에게 물어오셨다. 이것저것 대답할 것이 많았지만, 우선 만나서 직접이야기 하는 것이 낳을 것 같아서, 기회를 한번 만들어 달라고 했다. 실은 00이(아이의 이름)의 영어공부 보다는, 이 작은 체구의 녀석이, 잠시 스쳐가는 눈빛으로 나에게 남긴 큰 느낌이 궁금했다. 이유가 있을 것 같았고, 왠지 깊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00이는 건강이 좋지 못해서 몇 년간을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한참 동기들과 함께 지내면서 꿈을 키워가야 할 나이인데, 날개 짓을 더 연습해서 훨훨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나이에, 건강문제로 이렇고 있으니 오죽 마음이 답답할까. 그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건강문제와 그로인한 마음고생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다른 대원들은 이 시간에 성경공부를 하며 하나님을 발견하려고 하고 있었고, 난 이 아이 속에 하나님께서 남기신 흔적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들 마음속에 당신의 흔적을 꼭 남기신다. 그리고 그 ‘흔적’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나타나게 된다. 특히 얼굴 표정, 말투, 행동 방식 등으로 말이다. ‘흔적’이라는 말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렇다. 난 이것들을 찾아내는 일을 즐겨한다. 내 직업의 성격상 이런 일들에 민감해야 한다. 그 흔적들은 어떨 때는 ‘재능’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어떨 때는 품고 있는 ‘꿈’으로도 나타나며, 때로는 숨겨진 ‘상처’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재능과 큰 꿈’이 가끔은 ‘상처’ 때문에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결국 ‘상처’는 아물거나 치유되어서 다시 ‘재능’을 키우고 ‘꿈’을 이루어 가는데 더 큰 활력소 역할을 하게 된다. 난 이 모든 것들의 역학관계에 관심이 많다. ‘재능’이 발견되면 키워주고 싶고, ‘큰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 주고 싶고, ‘상처’를 함께 보면서, 상처가 생긴 이유를 함께 찾아내어, 그것을 이해하고, 스스로 그 상처를 감싸 안아 치유하므로 더 큰 ‘자신’을 발견해서 그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00이와 나눈 대화의 대강이 위의 설명과 같다. 큰 그릇은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왠지 큰 그릇을 지닌 아이 같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린 것처럼, 지금의 시기가 이 아이에게는 그런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 속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시간은 빨리도 흘러갔다. 함께 목단강 중심가로 나가서 이것저것 보고 서점에 들러서 ‘영어 학습’에 필요한 몇 가지 책과 고전을 사주었다. 이런 저런 당부와 함께... 이때부터 우리 사이에 특별한 인사말이 생겼는데 “쮸이 하오”라는 말이다. ‘최고’라는 뜻인데, 그것이 사람이 볼 때 최고인지, 하나님 보시기에 ‘최고’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최고’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은 말이다. 함께 목단강 중심가로 나갈 때 사용한 교통수단이 ‘인력거’인데, 마치 목단강시내 유람을 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그 한적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오붓함이 되살아난다.
숙소로 다시 돌아오니 성경공부가 다 끝나가고 있었다. 적어도 몇 시간을 계속한 성경공부 같은데, 대원들의 얼굴이 조금은 지쳐 보인다. 점심을 근사하게 먹고 조금 전에 00이와 함께 같던 그곳을 다시 간다고 한다. 난 쉬고 싶은데...(감기약 기운이 떨어져 가고 있어서 몸을 슬슬 아파왔다.)
목단강 시내에 큰 광장이 있는데, 목사님께서는 혹시 이곳에서 찬양을 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으신 것 같다. 다른 나라 같으면 (태국에서는 쇼핑 몰에서도 한 적이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더 많은 사람이 복음을 들을 수 있다는 분명하고도 간절한 생각이다.) 그리 큰일도 아니건만, 아시다시피 이 동네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저 우리 하고 싶은 데로 했다가는, 공안(현지 경찰)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돌아간 후에 이곳 현지 교회가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광장에서의 찬양은 접기로 했다. 아쉽다. 여유 시간이 생겨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고, 짬을 내어 쇼핑을 즐겼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저녁에 한 번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시간에 맞추어 가려면 조금 숙소에 일찍 도착해야 했다. 그런데 갑작스런 대륙의 비로, 숙소로 돌아갈 교통편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결국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택시는 포기하고, 단원들 모두가 인력거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숙소의 주소와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인력거 꾼 몇 명이 대열을 이탈했다. 내가 탄 인력거도 떨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미아가 되었다.
지난번에 말했듯이 이곳은 중국어 말고는 통하는 말이 없다. 영어도 무용지물이다. 서로 말은 할 수 있지만,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서론 간에, 말할 수 있는 벙어리가 되는 셈이다.
‘하나님과 나 사이도 혹시 벙어리 사이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일부러 하나님을 외면해서, 그 분을 살아있는 벙어리로 만들며 살지는 않았을까... 그분은 끊임없이 말씀하시는데, 내가 일부로 듣지 않아서 그 분을 벙어리로 만들지는 않았나...’
박예신: 인력거에서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비는 오고, 시간은 없고.... 그래 그야말로 벙어리들이 막 뭐라 소리치는 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으니. 그래도 듬직한 네가 옆에 같이 있었으니 설마 길을 잃을까 생각했다. 난 그 순간 태국에서 혼자 길을 잃어 당황했던 악몽을 생각했다. 어찌되었건 길을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시었다. 우리는 세상이 인정하는 길치가 아니겠니? -[10/07-13:15]-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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